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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회색 절벽과 그 아래 펼쳐진 에메랄드빛 호수.
사진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이 풍경은 해외 리조트가 아닌 대구의 한 폐채석장이다. 최근 SNS에서 ‘한국의 모레인호수’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이곳은, 아름다움과 함께 사라질 위기도 동시에 안고 있다.
SNS가 발굴한 숨은 풍경, ‘가창 채석장’의 재발견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이 폐채석장은 10여 년 전 문을 닫은 이후 잊혀진 장소였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이곳은 ‘SNS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메랄드처럼 맑은 물빛과 기하학적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국적인 호수를 떠올리게 한다며 입소문이 퍼졌고, 평일임에도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한 방문객은 “SNS에서 사진을 보고 충동적으로 왔는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환상적이다”며 “대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놀랍다”고 전했다.
수심 29m,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하지만 ‘아름다운 곳엔 책임도 따른다’는 말처럼, 이 명소에는 심각한 안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현재 채석장 호수의 수심은 29미터, 구조나 경계시설 없이 드러난 절벽은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실제로 현장에는 최근 안전사고를 우려해 철조망과 구호 장비가 임시로 설치되었지만, 그 이상 조치는 어려운 상황.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거나 개입하기에는 법적 제약이 따른다.
"물 빼고 흙 채워라"… 복구 명령까지 내려진 상황
더 큰 문제는 행정적 이슈다. 현재 해당 부지는 채석 허가 기간이 만료된 상태로,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져 있다. 이는 곧 호수의 물을 모두 퍼내고, 그 자리를 흙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관계자는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복구는 어렵다”며 “문화·관광 자원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성군, “부지 매입해 관광지로 활용 검토 중”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달성군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 중이다. 우선적으로는 채석장 부지의 안전성을 정밀하게 검토한 뒤, 소유자와 협의를 통해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이 공간을 대구의 대표 관광지로 정비하고자 한다”며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폐허에서 풍경으로… 지역 자산이 될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폐산업 시설이 관광지로 탈바꿈한 사례는 적지 않다. 삼척의 탄광 마을이 예술촌으로 재탄생했듯, 가창 채석장도 시간이 만들어낸 풍경을 지역의 자산으로 전환할 기회를 맞고 있다.
여행 전문가들은 “경북 내륙권에서 자연 기반의 신흥 관광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채석장은 콘텐츠적 매력이 크다”며 “안전과 지속 가능성만 확보된다면 전국적인 여행지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관광의 기회일까, 행정의 부담일까
한때 아무도 찾지 않던 채석장이 이제는 수백 명이 찾는 ‘비밀의 호수’가 됐다. 하지만 이 공간이 지속될지, 사라질지는 앞으로의 판단과 정책에 달렸다.
지자체의 대응, 소유자의 결단,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이 모인다면, 지금의 이 풍경은 위기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장소는 많지만, 사연이 있는 장소는 오래 남는다. 가창 채석장도 그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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