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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에 담긴 63년의 세월”… 청주 메밀국수 인생식당 ‘공원당’이 주는 따뜻한 울림

때로는 화려한 미슐랭 맛집보다도, 오래된 식당 한 곳이 더 진한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소박한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메밀국수 전문점 ‘공원당’은 그런 곳이다.


2025년 SBS <생방송투데이>의 [인생식당] 코너에 소개된 이후, 단순한 지역 맛집을 넘어 전국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전설의 국수집’이 되었다.

 

이곳의 특별함은 단지 맛에만 있지 않다. 국수 한 그릇에 63년이라는 세월이 담겼고, 그 세월 속엔 가족의 시간, 지역의 이야기, 손님과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청주 메밀국수 인생식당 ‘공원당’

반세기를 견뎌온 골목 속, 조용한 식당 하나

반세기를 견뎌온 골목 속, 조용한 식당 하나

공원당은 청주 상당구 상당로55번길.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간판은 오래돼 색이 바랬고, 외벽의 페인트도 군데군데 벗겨져 있다. 그러나 그 낡은 풍경은 오히려 이 식당의 ‘진짜 역사’를 보여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픈 주방 너머로 김이 피어오르고, 좌식 테이블과 오래된 나무 의자, 그리고 벽에 붙은 메뉴판이 낯설면서도 따뜻하다.
아무리 처음 방문한 사람도, 마치 어릴 적 외갓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 식당을 지켜온 부부는 60년 넘는 세월 동안 손수 면을 뽑고, 국물을 끓이고, 손님을 맞았다. "장사라기보다는 우리 삶 그 자체였어요"라는 인터뷰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메밀, 정직하게 뽑아낸 맛의 시간

메밀, 정직하게 뽑아낸 맛의 시간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오직 ‘기본’에 충실하다. 시판 면이나 인스턴트 육수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국산 메밀가루를 직접 반죽하고 숙성시킨 후 면을 뽑고, 삶은 뒤 얼음물에 헹궈 탄력과 고소함을 살려 낸다.

 

국수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육수’는 더욱 특별하다. 멸치, 다시마, 무, 대파, 소고기를 푹 우려내 맑고 깊은 국물 맛을 낸 뒤, 간장으로 은은한 감칠맛만 더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묵직한 맛. 그래서 국수 하나만으로도 포만감과 만족감을 준다.

 

한 젓가락 면을 집어 국물과 함께 입에 넣는 순간, 탱글한 면발과 부드럽고 깔끔한 육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고명도 단출하다. 잘게 썬 파, 김, 참깨 조금.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치, 국수보다 먼저 찾게 되는 조연 아닌 주연

공원당 메밀국수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김치다. 제대로 익은 백김치에 가까운 이 김치는, 단독으로 먹어도 훌륭하지만, 국수와 곁들이면 그 진가가 배가된다.


입 안에서 육수의 감칠맛과 김치의 산미가 겹쳐져,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질 정도다. 방송 직후, "국수도 맛있지만 김치가 미쳤다"는 SNS 후기가 쇄도할 정도로, 국수와의 찰떡궁합이 화제가 됐다.


이 김치 또한 사계절마다 양념 비율이 달라지고, 제철 재료로 수작업으로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래서 더 깊고, 더 정겹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계절이 주는 또 다른 맛

공원당의 기본 메뉴는 ‘냉 메밀국수’. 하지만 날이 추워지면 뜨끈한 ‘온메밀국수’가 등장한다. 육수의 맛이 더 깊어지는 계절, 진하게 우러난 소고기 국물 위에 메밀면이 담겨져 나온다.

 

매콤한 맛을 찾는 이들에게는 ‘비빔메밀국수’가 인기다. 직접 만든 고추장 양념과 신선한 채소, 삶은 계란이 어우러져 여름철 별미로 손색없다.


또한 함께 나오는 ‘메밀전병’과 ‘도토리묵 무침’도 은은한 숲 향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갈한 한 끼로 완성도를 높여준다. 가격도 착하다. 기본 국수는 8,000원 안팎, 전병과 묵도 5,000~7,000원 수준으로, 전통과 정성에 비하면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다.

가족의 세월을 담은 공간, 손님도 세대를 잇는다

가족의 세월을 담은 공간, 손님도 세대를 잇는다

공원당은 ‘단골’의 개념이 조금 다르다. 오래된 손님은 부모님 손에 이끌려 처음 이곳을 찾았고, 세월이 흘러 자녀를 데려온다. 어떤 이는 청주를 떠났다가도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꼭 들른다.

 

"예전엔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와서 먹었는데, 지금은 애들이랑 와요."
"국수가 맛있다기보다, 여기가 그냥 우리 집 같아서요."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에는 맛보다 ‘기억’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공원당은 식당이 아니라 ‘추억의 한 페이지’다. 누구에게는 고향이고, 누구에게는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장소다.

방문 안내

방문 안내

  • 상호명: 공원당
  • 주소: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55번길
  • 주차: 골목 내 협소하나, 도보 5분 거리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0시 ~ 저녁 8시 (브레이크타임 없음)
  • 휴무: 연중무휴 (명절 연휴 제외)
  • 문의: 현장 방문 우선, 예약 불가

한 그릇으로 전해지는 삶의 진심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유행도 아니고, 자극적인 맛도 아니다. 하지만 이 식당은 6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왔고, 오늘도 새로운 손님이 누군가의 추천을 따라 조용히 다녀간다.

 

‘어디가 그렇게 맛있냐’는 질문에, 공원당을 다녀온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맛보다 마음이 남는 집이에요." 그 한마디가 바로, 이 식당을 인생식당이라 부르는 이유다.